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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UL NEWS[중부일보 칼럼] 상가용 건물 관리비 횡령의 법적 쟁점 - 김수빈 변호사
통상적으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이나 상가용 건물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구분소유를 하고 있고, 이러한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단체인 관리단이 해당 집합 건물의 관리를 도맡게 됩니다. 관리단은 구분소유자들로 이루어진 자연발생적 기관으로서, 별다른 설립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구분소유자들이 별도의 동의를 하여야 한다거나 관리규약이 존재하여야 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분소유자들의 총합인 관리단이 실질적으로 집합 건물의 관리를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총회를 통해 직접적인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되는 관리인, 관리위원회 등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한편, 여러 형태의 집합 건물이 준공되어 그 수가 날로 늘어감에 따라 관련 법적 분쟁은 늘어 가고, 과거부터 존재하였던 관리비 횡령에 관한 분쟁 건수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관리인은 집합 건물의 관리를 위하여 징수한 관리비를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하여야 하고, 대다수의 관리인은 이를 인지하고 성실히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모이는 곳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과 욕심이 존재하고, 이해 관계인이 다수이기 때문에 관리인에 대한 감시 책임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관리비 횡령의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재산범죄 중 하나인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성립하고, 그 행위가 자기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한 것이라면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됩니다(형법 제355조, 제356조). 단순히 생각하면 사용처가 정해진 공적 자금을 개인적인 소비에 쓰거나 원래의 사용처가 아닌 다른 사용처에 사용한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곧바로 성립되는 것입니다. 횡령죄에서도 여러 법적 쟁점이 있지만 보통 관리비는 그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관리인의 지위도 명확한 사안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툼보다는 개인적 착복이 아니었다고 하거나(이를 법률적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합니다), 사용처가 업무와 연관이 있다는 다툼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판결을 살펴보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적립·관리되는 특별수선충당금을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 및 시공사인 을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변호사 선임료로 사용함으로써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용도 외에 사용하였다고 하여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특별수선충당금을 위와 같이 지출한 것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부녀회장 등과 공모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아파트 잡수입 중 일부를 부녀회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함으로써 용도가 정해진 잡수입을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잡수입을 위와 같은 용도로 지출하는 데 협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안(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5도19591 판결)이 있습니다.
유사한 상담을 하다 보면 관리인들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다시 채워 넣었다 또는 사후에 변제하려고 하였다고 주장하는데, 횡령죄에 있어서는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 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등), 위와 같은 주장은 횡령에 있어 무죄 항변으로는 부적절하고 감형을 위한 양형사유로는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빈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