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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UL NEWS[중부일보 칼럼] 채권자의 1인 피켓 시위가 범죄가 되는지 - 김수빈변호사
최근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많아지고, 채권자들은 법적 조치 이외에 갖가지 방법을 사용하며 돈을 회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일부 채권자들은 1인 피켓 시위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1인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써, 특히 1인 시위는 다수인을 전제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시위 개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관련 조항의 제한을 받지 않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러나 1인 시위가 헌법상 근거가 있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헌법은 내재된 한계를 준수하여야 하는바,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그 말인즉슨 1인 시위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내재된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하여 채무자의 주소지 등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경우 어떠한 법적 위험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대두되는 문제는 명예훼손입니다. 채무자가 들고 있는 피켓에 기재된 내용에 채권자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채권자가 사기꾼이라는 등의 글을 기재함으로써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수사과정 중 기재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는 하오나, 우리나라 형법에는 사실을 적시하여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의 성립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습니다. 다음으로 업무방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을 이용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해당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사실의 유포라는 요건 그리고 업무방해의 위험성이라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피켓에 기재된 내용이 반드시 허위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춘천지방법원 2020. 10. 16. 선고 2019노921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빵집사장은 인테리어 명목으로 돈을 빌려가서 떼먹고, 내 가정은 파탄인데 빵집사장은 가족과 함께 호의호식"이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한 행위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인정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0노4260 판결’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부인 치과 치료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낸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신 가족도 의료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등 마치 피해자 운영 치과에서 진료를 받아 의료사고 피해자가 되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을 적은 피켓과 치아사진 2장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사안에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1인 피켓 시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를 뛰어넘는 것이라면 공갈이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공갈에서의 협박이라는 요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면 족한데, 다수 판례들의 경향을 보면 단순한 1인 피켓 시위가 아닌 1인 피켓 시위와 결합하여 무작정 찾아온다거나, 협박성 문자를 보낸다거나 폭행이 이루어지는 등의 추가적인 행위와 결합한다면 공갈을 인정함에 무리가 없음이 확인됩니다.
관련하여 ‘인천지방법원 2021노3049 판결’은 "피고인이 정당한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내용증명 발송 및 1인 시위의 방법, 횟수, 표현된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선택한 권리 실행의 수단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협박죄를 인정하였습니다(피해자가 성과급 지급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공갈이 아닌 협박으로 축소 인정). 이외에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고단3310, 2023고단1020(병합) 판결’이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정2169 판결’에서는 1인 시위를 하겠다는 말을 해악의 고지로 보아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를 공갈 등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채무자는 1인 피켓 시위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거나,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김수빈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s://www.joongboo.com)
